2010. 8. 22. 19:51

혼자서 배우기

잡설 2010. 8. 22. 19:51

공부라는 것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남이 가르쳐 주는 것을 배우는 것. 이 것은 태어나서 24년간 - 길면 더 길어질 수 있겠지만 - 눈 앞에 있는 공부의 대부분이다. 물론 그 중에서도 두 번째 종류의 공부를 찾아내서 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 경우는 이게 힘들다는걸 모르고-_- 하는 것이기에 공부라고 생각 안하는 경우도 있고, 그닥 무게있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남이 가르쳐 주는 것을 배우는 것은, 물론 그 자체도 상당히 어려운 일이지만, 비교적 쉬운 편이다. 음식에 비유하자면 이런거다 - 누군가 먼저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어서, 부드럽게 만들어논 음식. 이미 1차적으로 소화된 것이기 때문에 질기지도 않고 소화가 안돼 고생하는 일도 없다. 물론 가르쳐주는 사람이 노력한다는 전제 하에서다. 여하튼 이런 공부는 사람이 머릿속에서 미리 체계화시킨 것을 그대로 전수받는 것이기 때문에 배우기도 쉽고, 이해하기도 쉽고, 무엇보다 애프터서비스가 된다.

근데 이 두번째 공부, 스스로 배우는 것은 여러가지로 다르다. 차원이 다르단걸 요새 느끼고 있다. 책과 material, 소스코드를 보면서 열심히 공부를 해보고 있는데, 무지하게 질기다. 게다가 달콤하지도, 자극적이지도 않고 무덤덤하니 쓰다. 씹어도 씹어도 질겨서 입 안에 문 채로 보채고 있다. 더 열심히 씹으면 삼킬 수 있을 것 같은데, 안씹던 질긴걸 씹다보니 턱이 다 아프다. 약간씩, 그 안에 있는 진국이 나오면서 나름의 맛이 느껴지기 시작하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느끼기엔 한참 멀었다.

뱉어내면 내 인생 꼬이는거고(ㅋㅋ) 계속 물고 있으면 분명히 충치가 생길거다. 그래서 난 씹어야만 하는데, 그 질긴 촉감이 머릿속에 남아서 씹는게 싫다. 에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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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6. 25. 23:58
오늘 URP 격월보고서 일로 교수님과 면담을 했다.

혼자 한건 아니고, 조교형과 조원 한명이서 같이 했었다. 면담 자체는 딱히 별 일 없이 잘 돌아왔는데, 옷을 놔두고 온게 기억나서 돌아간 뒤가 문제였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번 방학은 대학생대회, 비전트립, 교회수련회, 정기대회, 신구위원 교체 및 신위원 훈련 등을 빼고 나면 세주에서 네주 정도 빈다. 그니까, 긴 긴 10주간의 방학 중 절반 이상을 못 쓴다는 이야기.

학기중에 '예상치 못하게' 바쁜 덕분에 지금까지 내가 한 일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 상황이고, (역할분담상 내가 안했으면 딴사람이 대신 못했을거기 때문에 기예도가 아예 제로는 아닌 것이 참 다행) 학기중엔 수업이나 과제 등을 고려하셔서 교수님이 별로 터치를 하지 않으신 것도 사실이다. 학기 초의 그 열의를 생각했을 때 이정도로 안했는데도 크게 별 말을 안하시는걸 보면 확실히 많이 봐주셨다.

그래서, 방학때 징하게 부려먹...는다기보단 일을 시키려고 하셨던 것 같은데, 내가 저렇게 일정이 뻥뻥 뚫린다고 이야기를 한거다.

엔간한 양이었으면 그냥 주의만 주고 앞으로 그러지 말라고 하고 보내셨을거 같은데 내 일정이 저따위다 보니 화가 나신거 같다. 조교형도 말하기를 “이정도였으면 처음에 할 때 할지 말지를 좀 더 고민했어야 했을거 같다”고 했으니, 뭐, 교수님이 받은 쇼크와 열불은 내가 뭐라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지.

최선을 다 하겠다고 몇 번을 이야기했지만 “그게 되겠냐”고 하시는 교수님 앞에서 아무 말도 못 했다. 난 메신저, 전화, 문자 등으로도 어떻게든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어떻게든 한다'에 대해 절대적인 불신임을 보이시니 나야 할 말 없음.

“학과 공부나 플젝, 시험 등은 니가 안하면 너 혼자 책임 지고 끝나는 문제지만 이건 아닌거 알잖아?” 라고 하시는데, 당연 안다. “개인적인 종교 활동에까지 터치할 생각은 없지만 정부 과제라는게 그렇게 쉽게 되는 것도 아니고 일정에 차질을 줄 정도면 안되잖아?” 라고 하시는데.. 그래서 내가 “일정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책임 지고 해내겠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결국 신뢰가 안가시는 모양이다.

결국 난 포기할 생각이 없고, 교수님은 내 능력을 믿지 못하시니 계속 평행선이더라. 결국은 그냥 바이바이 하고 일정을 조교형에게 보내기로 하고 끝을 맺었다.

이렇게 한번 면담을 해보니까, 대학원 생활이라는게 어떨지 대충 감이 오는거 같았다. 나는 '윗 사람이 나를 야단칠 때' 제일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특히 '내 변명 or 대안이 전혀 먹혀들지 않을 때' 제일 상태가 안좋아진다. 이런 식으로 계속 닦이는게 대학원 생활이라면 난 거절하고싶다.

근데, 생각해보니 그나마 교수님이면 resonable 한 경우가 대다수겠지만 회사 가면 안그럴거 아냐...

아... 짜증난다. 무한히 학생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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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8.01 03:21

    씁쓸한 기분은 알겠지만 저런 말을 안 듣고 싶다면 증명된 실력이나 뭔가 보여 줄 수 있을 만한 실적이 있어야죠. 그렇지
    않고서야 교수님이 어찌 학생을 믿겠습니까. 그 또한 사회를 배워나가는 과정입니다. 당신의 "영원히 학생이고 싶다"라는 말은 책임회피에 불과합니다.

    • Favicon of https://blog.gwangyi.kr BlogIcon gwangyi 2012.12.24 22:15 신고

      현실도피 맞아요 ㅎㅎ 벌써 3년전이네요. 저때 되게 지쳐있던 시기라... 그냥 여기저기 치여서 피곤에 쩔은 학생의 푸념이었다고 생각하시면 될거같습니다 ㅎ